5할5푼에서 6할 승률이 최적 (전력평준화)
야구에는 8대 7이라는 케네디 스코어, 축구에는 3대 2라는 펠레스코어가 있다. 이것은 점수도 어느 정도 나면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경기를 관중들은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에 경기결과에 대한 불예측성이란 개념이 있다.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 예상하기 힘들고 경기 내내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를 말할 것이다.
2003년도 후반기 초반의 한국 프로스포츠를 살펴보자. 프로축구의 경우 1위인 성남 일화의 승점은 55점이며 12위 부천 SK의 승점은 10점, 프로야구의 경우 1위 현대의 승률은 6할4푼이며 8위 롯데의 승률은 3할, 여자프로농구 1위 수원 삼성생명의 전적은 15승 1패이며 6위 인천 금호생명의 전적은 1승 15패이다. 후반기 초반임에도 1등과 꼴찌의 격차가 너무나 벌어져 있으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이 거의 확정적인 이러한 팀 간 전력의 불균형은 관람객을 경기장 밖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고, 결국 TV 중계가 적어지고 입장료 수입이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스포츠경제학자인 로텐버그 교수는 경기결과의 불예측성의 가설이라는 논문을 통해 프로스포츠의 경쟁력은 리그에 속한 팀들 간의 전력이 평준화되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리그 초반에 많은 관중을 불러모은다. 이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경기결과에 대한 흥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지속될수록 상위팀과 중위팀 그리고 하위팀이 구별되면서 상위팀과 하위팀 간의 경기는 이미 예정이나 된 것처럼 상위팀이 이김으로써 또 하위팀 간의 경기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팀 간의 경기이므로 관람 동기가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00년의 한국 프로야구 게임당 평균 관중수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4월 5,420명, 5월 5,270명, 6월 5,242명, 7월 5,298명, 8월 4,859명, 9월 1,701명, 10월 1,790명 등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이 구분된 이후 관중수는 2/3 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1995년에는 약 550만 명에 이르렀던 총 관중 수가 2000년에는 약 250만 명으로 줄어든 원인의 하나도 전력평준화를 이루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케네디 스코어나 펠레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마디로 경기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팀 간의 전력이 엇비슷해야 한다. 팀 간의 전력평준화는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많은 관중이 경기를 보러 오게 하는 유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전력평준화를 위해 프로스포츠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의 하나가 바로 샐러리캡이다.
샐러리캡을 우리말로 하면 ‘총 연봉 상한선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처음 시작된 바, 한 팀에 소속된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상승을 방지하고,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는 구단이 유명 선수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팀 간의 전력을 비슷하게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대적인 샐러리캡 제도는 1984~1985 시즌에 시작되어 당시 36만 달러였던 샐러리캡이 2002-2003 시즌에는 4,000만 달러로 급성장하였다.
농구를 기준으로 해서 샐러리캡을 어떻게 정하는지와 샐러리캡을 어기는 구단에게 어떤 세금이 부여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샐러리캡을 정하는 방식은 NBA의 규칙을 보면 매우 다양하고 나름대로 논리 있는 근거를 보여준다. NBA는 농구 관련 총 수입, 즉각 구단에서 거두어들이는 입장료, 중계권료, 매점 수입, 주차료, 팀 스폰서의 출연금, 음료 판매권 수입, 경기장 광고판 수입, 국제중계료, 특별 이벤트 등 수십 가지의 수입금을 합산한 금액의 48.04%를 다시 29개의 팀으로 나누어 샐러리 캡으로 규정한다. 즉 2002~2003시즌의 샐러리캡이 4,000만 달러였다고 하니 프로농구가 생산한 총금액은 24억 1,465만 달러(약 2조8,975억 원)가 되는 것이다.
샐러리캡이 존재함으로 해서 자본이 충분한 구단은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하거나 트레이드 할 때 연봉은 샐러리캡에 맞추되 이외의 보상을 통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연봉을 지불하는 방식을 택한다. 국내 프로농구의 경우 서장훈 선수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서장훈과 구단은 더 많은 돈을 주고받을 수도 있었지만 샐러리캡에 저촉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광고 출연과 같은 다른 형태의 보상을 약속한다. 한편 샐러리캡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도 최저 속도가 있듯이 리그의 또 다른 의미의 전력평준화를 위해 샐러리 하한제(Salary Floor)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NBA의 경우 팀에게 할당된 샐러리캡의 75%를 넘겨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프로농구와 미식축구 그리고 아이스하키에 샐러리캡을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농구만이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프로농구는 시행 초기부터 NBA의 샐러리캡 제도를 그대로 들여와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2000~2001 시즌 10억 원에서 2002~2003 시즌은 11억 5,000만으로 상향 조정되었으며, 여자프로농구는 1999년 4억 5,000만 원에서 2003년 5억으로 조정되었다. 구단별로 이러한 샐러리 캡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2002~2003시즌의 결과를 놓고 살펴보면 동양의 경우 100%의 소진율을 나타내 전체 연봉을 11억 5,000만 원에 정확히 맞추었다. 동양과 함께 LG도 100%를 채웠으며, 전체 연봉이 가장 낮은 팀은 재정난에 허덕였던 코리아텐더로 7억 9,400만 원이었다.
이와 같이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프로농구는 1997-98 시즌 원년에 407,281명이었던 관중수가 2000~2001 시즌에는 844,163명으로 두 배 이상 신장하였다. 또 2002~2003시즌에는 1,043,531명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관중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력평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의 관중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프로스포츠 경기는 개별 구단 혼자서 만들 수 없다. 상대팀과의 경기 그 자체가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개별팀들은 좋은 선수를 많이 확보해 되도록이면 다른 팀보다 월등한 전력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경기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 관중으로부터 외면당하여 해당 프로스포츠 시장 전체의 파이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의 K-리그와 일본의 J-리그는 전력이 평준화되었을 때 관중의 수가 많았고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적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전력이 월등한 팀에게도 손해가 되는 것이다.
관중이 바라는 것은 재미다. 관중들은 프로스포츠 경기를 영화, 여행, 문화예술공연 등 기타 여가상품 중의 하나로 선택한다. 불예측성은 프로스포츠라고 하는 상품의 가장 독특한 특성 가운데 하나다. 다시 말하면 프로스포츠라는 상품의 질은 비슷한 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력평준화는 프로스포츠 경기의 불예측성을 높여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윈윈 전략이다. 프로스포츠 경기는 선수 간에는 경쟁이, 구단경영진들 간에는 협력이 요구되는 상품이다. 이것이 프로팀 스포츠 비즈니스의 아이러니다.
참조 : 프로구단 최대 과제: 수입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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